- 머니S 노유선 기자|조회수 : 4,187|입력 : 2021.09.17 06:30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아트테크’가 부상하면서 국내 미술품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식·가상자산·명품 등의 투자 열기 못지않다. 지난 4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는 작품 판매액 6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 5월에 열린 국제 아트페어 ‘아트부산’도 나흘 동안 총 판매액 350억원을 달성했다. 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낙찰총액은 각각 654억원, 6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총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런 인기에 비해 국내 미술시장에서 미술품 가격 책정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술이라는 분야의 특수성이 강한 데다 가격 책정을 담당하는 인력은 소수고 공신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작품값 책정 어떻게 믿나… 투자자 손해도 우려일반적으로 미술품 가격은 미술시장에서 형성되거나 사설 감정기관에서 책정된다. 미술품이 처음 전시되는 1차 시장에서 작가와 화랑이 함께 가격을 결정하고 2차 시장에서 화랑과 컬렉터가 가격 협상에 나선다. 3차 시장인 경매시장에서는 경매회사가 추정가를 제시한 뒤 공개 경합에 들어간다.
익명을 요구한 감정평가사는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미술시장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경매업체 역시 추정가 책정에 참여하는 전문가 집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미술품 가격 책정의 폐쇄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트테크 투자자의 금전적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신뢰 하락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부터 미술품 가격 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 마련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에서 좌초됐다. 21대 국회에선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제정이 추진, 미술품 감정업 등록제를 도입해 소수의 감정 전문가가 독점한 독과점 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미술계의 반발로 법안 추진이 어려웠고 결국 자동폐기됐다.
지난 6월 문체부는 앞서 마련된 법안에서 다소 후퇴한 ‘미술진흥법’ 제정안을 새롭게 들고 나왔다. 미술품의 공신력 있는 가격 책정을 위해 국립미술진흥원(가칭)을 신설하고 산하에 미술품감정센터와 미술은행을 두도록 했다.
해당 법안 역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은 “컬렉터의 선호도가 개인별로 다른데 가격 획일화가 가능하겠느냐”며 “작품 가격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형성되지 않고 공정가격이 도입되면 미술시장은 비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보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교수는 “가격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최소한의 지원이나 민간에서 못하는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미술시장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계 기득권 보호, 감정기관 권력다툼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미술계 기득권층이 ‘미술품 감정을 왜 규제의 틀로 가져가려 하느냐’며 반발하는데 가격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트테크는 ‘투자’에서 ‘투기’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지난해 ‘국내 미술품의 통상가격 산출을 위한 기준과 모형’을 발표했다. 지난 14년 동안 거래된 작품의 종류, 재료, 크기, 가격 등을 분석해 가격 책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김 이사장은 “국내 미술시장은 작품 가격의 객관적 산출기준이 없어 작가마다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임의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작가별 가격편차가 심하다”며 “가격의 일관성이 부족해 미술시장 활성화와 가격 투명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요자는 작품가격이 불투명한 작품의 구매를 꺼리게 되고 결국 미술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미술계의 반발에 부딪쳤다. 미술품 가격 결정 과정이 객관적일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는 “미술품 가격의 객관성 및 공정성 여부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술품 감정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컬렉터의 주관적 선호가 작품 가격 책정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일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컬렉터의 선호도에 따라 가격 책정은 천차만별이다. 2008년 서울옥션의 111회 경매에 출품된 박서보의 작품 두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묘법 NO-920115> <묘법 NO-930528> 두 작품은 한지에 혼합재료가 사용된 150호 크기의 그림으로 외적 조건이 동일하지만 경매 시작가는 둘 다 7700만원이었던 비해 낙찰가 격차는 3500만원에 달했다.
미술시장뿐 아니라 민간 미술품감정기관도 공신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와 한국미술품감정센터,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이 미술품 감정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권력다툼을 벌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화랑협회와 협업해온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은 2019년 돌연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동시에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를 발족시켰다. 센터는 평가원이 그동안 축적해온 감정 자료를 화랑협회와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화랑협회는 즉각 평가원의 자료 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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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선의 C.I.A] 부르는 게 값? 주먹구구식 미술품 가격 산정… 정부가 나섰다 - 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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